민트페이퍼 2월의 potm 이한철 - 순간의 기록과 함께 한 먹거리
민트페이퍼  |  2009-02-25 20:16:18  |  2,102

2월의 potm 마지막 순서는 "이한철 3집 [순간의 기록], 이 음식들과 함께 만들어졌다"입니다.
내일, 26일 앨범 발매를 하루 앞두고, 전해드립니다.
(은근 맛집 소개도 함께 있어 보는 재미가 두 배라는!)

12월부터 2월까지 ‘순간의 기록’ 녹음으로 보낸 겨울 한철 동안 내가 뭘 입고 뭘 먹었는지, 세상은 어떤 일들로 분주했는지 또렷이 기억나질 않는다. 지난겨울, 내 에너지는 오로지 내 음악으로 향해 있었기에..  해야 할 일과 음반이 나와야 되는 날짜가 주는 압박감만이 또렷하다. 그래서 새삼 그 순간들을 되짚어 보는 새로운 재미가 쏠쏠하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의 촉각적인 되살아 남, 특히 빨리 배를 채우기 위해 쏟아 넣던 것들의 재음미는 '그랬을 것까지는...'이라며 그 때의 나를 잠시 나무라기까지 한다. 살펴보자. 그 기간 나의 먹거리.

나는 녹음실로 가기 전 커피빈에 들러 "오늘의 커피, Dark, 레귤러사이즈로 종이컵에 담아 갈 거예요."라며 점원의 질문과 나의 답이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축약된 문장을 한 번에 내뱉는다. 하지만, 점원은 “오늘의 커피 뭐라구요?”란 말로 우리의 대화를 리셋시켜 버린다. 그 참에 오히려 나도 한숨 돌리고 얘기를 차근히 주고받는다. 그가 준 여유로 오늘의 Dark가 수마트라 다크인지 콜럼비아 어쩌구인지 알아챈다. 이렇게 구하게 된 커피는 나의 졸음 쫓음용 마실 거리이다.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다가 잠을 잘 이기지 못하는 편인데, 이번에 알았다. 커피 큰 거 두 잔이면 나도 밤을 샐 수 있다는 사실을.
녹음 중 졸음이 카메라 셔터가 찰칵하듯 오는 찰나에 마시는 커피 한 모금. 그러면 시야가 잠시나마 또렷해진다. 그러기를 반복해 아침이 되고 점심 먹을 즈음 작업실을 나서는데 그럴 때면 여지없이 빈 종이컵 두 개정도가 내 손에 들려있다.
이렇게 맛 들이게 된 커피를 요즘도 매일 달고 산다. 입안을 채우는 그득한 향기와 시가 맛 같은 쌉쌀한 맛이 좋다. 식은 커피의 찬 맛이 입안에서 데워져 그 맛이 되살아날 때의 느낌도 좋았던 것 같다.  

작업실에서의 식사는 도시락이 많았다. 지난여름, 데모 작업할 때 자전거로 3분정도 달려  연남동 감나무집 기사식당에 많이 갔었는데, 도시락으로 배달도 해줘서 많이 시켜 먹었다. 처음에는 돼지불고기가 훼이보릿이었는데, 고기식사가 주는 포만감이 싫어져서 나중에는 황태더덕도시락을 많이 먹었다.
되짚어보면 그 식사엔 도시락이지만 도시락 같지 않은 매력이 있다. 김이 모락 나는 밥과 그 위에 얹혀진 달걀후라이, 학교 다닐 때의 보온도시락 같은 용기에 담겨져온 국, 그리고, 황태더덕반찬. 사실 더덕보다 황태의 비중이 월등히 많지만, 아무튼 단 한번 남기는 일없이 해치웠었다.


사진출처 : http://tada.egloos.com/4799719

잠시 여유가 돼 바깥으로 식사하러 갈 때면 중국음식점 ‘하하’가 단골집이었다. 이곳은 중국집이면 당연히 있을 자장면, 짬뽕 같은 것이 요리되지 않는다. 대신에 만두와 볶음밥이 있는데, 만두의 맛은 만두피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이 집의 만두가 입 안에서 녹듯이 사라지는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 적당한 기름기가 주는 고소함에 가벼운 소금간으로 담백한 맛을 내는 새우볶음밥도 맛난다. 이런 기본 식사류에 탕수육, 동파육, 유림기 등의 요리를 하나 얹어주면 식사의 완성이다. 특히, 찹쌀로 옷을 입혀 튀긴 탕수육이 주는 바삭거림과 단맛은 녹음으로 지친 나와 스탭들의 사기를 올려주는데도 한몫했다.
사실은 여기에다 칭따오맥주 한 잔까지 곁들이면 좋았으련만 자칫 녹음의 집중도를 흐트러트릴까봐 마시지 않았다. 이제 앨범이 나왔으니 여유 있는 어느 저녁에 제대로 한 번 즐겨봐야 하지 않을까싶다. 아,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고급 중국요리집과는 거리가 멀지만 편한 분위기에 최고의 맛을 찾는 다면 당연 이집이다. 점점 글이 광고 같아지고 있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yongsseene?Redirect=Log&logNo=40062335164

작업실 근처의 초밥전문집 ‘김뿌라’ 같은 곳도 가끔 들러 초밥, 야끼우동 등을 테이크아웃 해서 먹기도 했다. 컴퓨터 모니터와 나 사이에 그것들을 두고, 시선은 모니터에 손과 입은 음식에 가 있는 식으로 먹었다. 초밥을 장에 찍는 것도 잊은 채 입에다 밀어 넣었지만, 방음재로 밀폐된 공간에 온갖 전자기기들로 가득한 그 작업실에서 차갑고 싱싱한 그것이 내게 주는 신선하고 인간적인 느낌에 지금도 침이 고인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akides82?Redirect=Log&logNo=90042684542

나는 먹는 것에 그다지 집착하는 인간이 아니다. 먹는 것의 결과는 그 과정이 어찌되었건 결국에는 배가 부르다라는 현상으로 끝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두어달 간 나의 길고 지리한 녹음실 생활에 활력을 주고, 지금에 와서 그때를 촉각적으로 되돌이킬 수 있는 것은 바로 먹는 그 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다. 만약에 내가 이번 앨범의 ‘차이나’를 한껏 중국스럽게 불렀다면 그것은 하하에서의 맛난 중국음식을 먹은 그 어느 날 노래 녹음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민트페이퍼 / 글_이한철, 사진_본문출처)

 

한철님 왜 먹는 예기가 이리 많아요:::
래이한귤
2009-02-25  


(래이한귤님~ 글제목이 '순간의 기록과 함께한 먹거리'니까요 ^^;;;)
고기반찬은 항상 옳아요!!! 네, 저는 먹는 것에 집착하는 인간이라지요... ㅠ_ㅠ
오늘 집에 갈 때 고기만두와 맥주를 사갈테야................ 추릅~
정여사
200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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