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트페이퍼 |
| 2008-10-22 18:30:13 | 3,084 |
|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하루 앞 둔 10월 16일 저녁, 리허설을 마친 미선이 멤버 세 사람을 잠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럴 리는 없지만 왠지 작년보다 키가 더 커버린 것만 같은 조윤석님과 빛바랜 사진 속 희미한 기억으로는 못 알아볼 수도 있었을 김정현님, 이준관님. 미선이라는 이름의 국내 팀이지만, 사실은 GMF 공연을 위해 스위스에서 미국에서 날아오신 터라 시차적응 문제로 조금 피곤한 모습들이었어요. 서먹서먹 대화를 시작했지만 하나하나 떠오르는 아련한 기억에 결국 웃음이 가득했던 시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은 것 같았던 GMF2008 미선이의 공연. 어떻게 여러분들 모두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민트페이퍼] 미선이 해체 후 조윤석님은 루시드폴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만날 수 있었는데, 두 분은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미선이 이후 다른 음악 활동은 전혀 하지 않으셨나요?
[준관] 공부했어요. 지금도 박사과정 중이구요.
[정현] 저도 공부하다가 얼마 전 취직해서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음악 활동은 없었어요. 혼자 음악 듣는 음악 활동은 계속 열심히 해왔지만. (웃음)
[민트페이퍼] ‘재결성’과 같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세 분이 함께 공연을 하기로 결심하셨는지 궁금해요.
[윤석] 작년에 GMF 공연 하고 올해도 당연히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동인형(안테나뮤직 정동인 대표)한테 “형, 이번에 저 안 해요?” 물어봤는데, 별 얘기가 없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죠. 루시드폴 연말 공연도 있고, 한국에 있는 것도 아닌데 매년 하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며, 미선이로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미선이로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이 두 사람한테 연락을 했고, 다 한다고 해서 하게 됐어요.
[민트페이퍼] 일정이 빡빡할 것 같은데 연습은 많이 하셨는지요? 세 분이 다시 만나서 합주하니까 어떠세요?
[정현] 시간이 모자라서 연습을 많이는 못했어요. 옛날하고 느낌이 똑같아요. 준관이는 투덜대고, 윤석형은 인상 쓰고 있고... (웃음)
[윤석] 정말 똑같아요. 정현이는 엔딩 틀리고... (웃음)
[민트페이퍼] 몇 년 만에 함께 하시는 공연인 건가요? 마지막 공연이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는지?
[윤석] 클럽 코다에서 2001년 5월에 마지막 공연을 했었어요. 그러고 보니 10년 전 10월 15일에 미선이 1집 앨범이 나왔네요.
GMF2008 포스터에 쓰인 사진도 10년 전 사진인데... 처음에 사진보고 이런 사진이 있었네 했는데 준관이가 KMTV 공연 끝나고 찍은 사진이라고 얘기해줘서 기억났어요. 그 날 한국이랑 멕시코 월드컵 경기가 있어서 서브 공연하고 축구 봤었는데...
[민트페이퍼] 미선이가 한창 활동하던 시기 라디오 통해서 음악은 듣고 있었는데, 공연은 이번에 처음 보게 됐어요. 어느 순간 보니까 미선이는 해체 했고, 윤석님은 루시드폴로 활동하시고, 그래서 놀라기도 했거든요. 미선이가 어떻게 시작됐었는지, 활동하던 때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정현] 형 친구라서 윤석형하고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대학교 때 만나서 대학가요제 같이 나가고 떨어지고. (웃음) 어느 날 “밴드하자”고 하더라구요. Rock하고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갑자기 Rock음악을 하고 싶다면서요. 그게 96년이었던 것 같아요.
[윤석] MP랑 스팽글에서 주로 공연 했었는데, 두 군데 모두 이제는 없는 클럽들이네요.
[민트페이퍼] 잊고 있었는데 미선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다시 ‘송시’ 뮤직비디오를 보게 됐어요. 여전히 충격적이던데요. (웃음)
[윤석] 그거 없애는 방법 없나요? 그 당시 활동하던 다른 팀들 뮤직비디오는 다 멋있었는데 말이에요. 내일 우리 공연할 때 그 뮤직비디오 잠깐 튼다던데, 절대 안 된다고 전해주세요. 우리가 송시 부를 때 사람들 다 웃으면 안 되잖아요.
[정현] 내 아이디어였는데, 미안해요. (웃음) 뮤직비디오 찍을 때만 해도 정말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그걸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준관]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실패했을 뿐이죠.
[민트페이퍼] 평론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밴드로 꼽히는 게 또 미선이인 것 같아요. 해체 후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국내 팀이 아닐까 생각도 되구요. 실제로 해체 한 후에 1.5집으로 1집 앨범이 재발매 되기도 했고, 또 여전히 미선이의 음반을 찾으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한창 활동할 때가 아닌 이후의 사랑에 어쩌면 조금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현] 미선이 해체 후에도 미선이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우리가 잘했다는 게 아닐까요? (웃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계속 사람들이 미선이 좋아한다고 말하니까 영광일 따름이죠.
[윤석] 근데 솔직히 말해보세요. 10년 전 음악인데, 지금 들으면 촌스럽다고 생각 안 해요? (웃음) - 바로 말씀 드렸습니다. 하나도 안 촌스럽고 여전히 너무너무 좋다고 :D -
[민트페이퍼] 민트페이퍼에 올라갈 때면 공연이 끝난 후겠지만, 그래도 지금 현재 공연을 하루 앞 둔 기분이 어떠신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미선이]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줬으면 좋겠어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정말 해체하고 나서 어쩌면 더 유명해졌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미선이의 음악은 들어보셨어도 미선이의 라이브는 못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함께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 글,사진_진문희)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