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페이퍼 9월 potm 이지형 - 2008년의 메탈포크쥬니어
민트페이퍼  |  2008-09-18 19:28:24  |  3,174

제가 처음으로 실물(?) 이지형을 본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쯤 이었어요. 점심시간 학교 방송에서 들었던 아워네이션2를 통해 위퍼를 알게 됐고, 다른 공연 보러 클럽 마스터플랜에 갔다가 정말 다른 사람들과 눈도 안 마주칠 것 같은 고독한 모습의 그를 보았답니다.
당시 위퍼에서 들려주었던 음악과 목소리, 고독한 모습에 가을, 아니 그보다 더 독한 겨울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았던 위퍼 1집 발매와 해체. 그 다음이라는 건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얼마 후 보게 된 언니네이발관 공연에서 세션으로 함께 하고 있는 이지형을,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고 지나 ‘봄, 여름’ ‘밝음, 맑음’같은 이전과 다른 모습의 솔로 이지형을 만나게 됐어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혼자 노래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았고 보면서 어색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면 저는 정말 거짓말을 하는 걸 거예요. 그런데 말이죠, 소박함이 가득했던 소품집 발매, 토이 6집 ‘뜨거운 안녕’의 객원보컬 활동 등등이 지나고 탄생한 이번 앨범인 2집 ‘SPECTRUM'을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의 어색함이 깨끗하게 사라졌어요. 그 동안 있었던 소품집 발매, 토이 6집 ’뜨거운안녕‘ 객원보컬 활동을 지나, 멋진 앨범으로 돌아와 반갑습니다.



[민트페이퍼] 10년도 넘게 음악을 해오셨는데, 같은 이름으로 정규 앨범 2집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이지형] 아 그러네요. 첫 번째 2집이네요. 처음부터 CD가 포장돼서 나올 때까지 손이 안 간 데가 없을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만든 앨범이에요. 디자인이나 세션이나 제가 아닌 부분은 그들의 색깔을 믿고 맡기는 방향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혼자 세션들하고 하나하나 소통하고 디자이너하고도 계속 얘기하면서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함께 했어요. 물론 어떤 음반이건 최선을 다 하고 또 끝났을 때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에는 그런 아쉬움을 최소한으로 하고 싶었어요. 차라리 후회를 하더라도 제 생각대로 하고 책임도 저한테 돌아오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했어요.

[민트페이퍼] 직접 쓴 트랙리뷰를 보니까 꽤 오래 전에 썼던 곡들이 있더라구요. 1집 때도 아주 많은 트랙들 중에 고심해서 수록곡을 결정한 걸로 알고 있는데, ‘유성’처럼 위퍼 시절에 썼던 곡들이 이번에서야 빛을 보게 된 이유는 뭔가요?

[이지형] ‘유성’ 같은 경우는 정말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던 곡이었어요. 1집 때 수록하지 못했던 이유라면, 그 때는 솔로 데뷔니까 위퍼의 색깔에서 최대한 벗어나고 싶었어요. 컨셉도 좀 더 가볍고 말랑말랑한 곡들 위주로 가고 싶었구요. 그래서 ‘유성’이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앨범마다 ‘소리에 대한 컨셉’이 있었던 것 같아요. 소품집은 최소한의 악기로 소박한 느낌을 만들어 내고 싶었고, 이번에는 이지형이 가진 정서를 다 내보이자는 것이 컨셉이라 일렉기타가 중심이 되는 ‘유성’ 같은 곡들이 나올 수 있었어요.
사실 보이스레코더에 기록해 놓은 곡들은 어느 정도 제 마음에 든 것들이거든요. 그런데 종종 그 당시의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어떻게 해야 잘 완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는 곡들이 있어요. 그래서 최근 쓴 곡들 중에도 2집에 안 들어간 곡들도 있고, 또 계속 곡을 쓰고 있구요. 언젠가 또 그 곡들이 빛을 보게 되겠죠.


[민트페이퍼] 개인적으로 일렉기타를 연주하는 이지형으로 돌아와 기쁜 마음이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맨 처음 2집 들었을 때 '앗!‘하면서 마음에 든 곡이 ’메탈포크쥬니어의 여름‘이었어요. 들으면서 ’빌리 지미 커트 밥‘은 한 사람 이름인 줄 알고 누군지 한참 고민하긴 했지만요.

[이지형] 저도 이 곡이 좋아요. 가사, 작법, 사운드... 모든 면에서 2집을 아우를 수 있는 상징적인 트랙인 것 같아요.
빌리, 지미, 커트, 밥은 안 그래도 작업할 때 믹싱엔지니어가 이게 누구냐고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고 물어보더라구요. (웃음) 스매싱펌킨스 빌리 코건의 빌리, 지미 헨드릭스의 지미,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의 커트, 밥 딜런의 밥까지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한 번에 말한 거예요.
너무 기분 좋게 이 노래를 할 수 있었는데, 영화 ‘아임낫데어’에서 기차에서 기타 치는 그 꼬마가 계속 생각났거든요. 저는 밥 딜런이 아니지만 꿈을 꾸면서 기타를 치는 그 꼬마가 예전 제 모습 같았어요. 그래서 녹음하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았던 곡이에요.


[민트페이퍼] 토이 6집 ‘뜨거운안녕’ 객원보컬활동으로 처음으로 이지형을 알게 된 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랜 시간 계속 자기 곡을 써 온 싱어송라이터인데,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신인(?) 가수로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구요.

[이지형] ‘뜨거운안녕’과 'I need your love'나 ’산책‘이나 ’유성‘은 다르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난 원래 이랬던 사람이고, 오히려 ’뜨거운안녕‘이 이지형과 달랐던 거다.” 이렇게 말하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 전부터 이지형을 알고 계셨고 좋아해주셨던 분들은 오히려 ’뜨거운안녕‘ 때문에 더 놀라셨을 것 같아요. 노래하면서 손 뻗고... (웃음)

[민트페이퍼] 2집 스펙트럼으로 가기까지 유희열씨와의 만남이 도움이 된 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이지형] 소품집 이후에 계속 2집 작업을 하고는 있었는데, 그 때만 해도 스펙트럼에 대한 구체적인 컨셉이 없었어요. 뭐랄까, 타성에 젖은 곡 작업? 나는 하는 일이 이거니까 연습실 가서 곡 쓰고 작업하고. 그런데 희열이형을 만났고, 새로운 걸 해 보고 싶고 사실은 말로만 듣던 혈님을 만나 반해서 (웃음), 또 너무 재미있어서 함께 있으면 재미있는 일들이 생길 것 같아서 토이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희열이 형을 못 만났으면 스펙트럼도 없었을 것 같아요. 사실 음악적으로 도와준 건 하나도 없어요. 피아노를 쳐주거나 편곡을 해주거나 그런 건 없지만, 제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 줬어요.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에서 우회하지 말고 더 독하게 가라고.



[민트페이퍼] 그러고 보니 “입술 다친 건 괜찮으세요? 다 나으셨나요?”라고 물어보는 걸 여태 깜빡하고 있었네요.

[이지형] 아, 그러게요. 다들 그걸 제일 먼저 물어보시던데. (웃음) 이제 거의 다 나아서 괜찮아요. 약간 상처가 남긴 했는데 괜찮지 않나요?

[민트페이퍼] 추석연휴 때 집에 가서 옛날 잡지 뒤지다가 위퍼 사진도 발견하고 그랬는데요. 예전에는 정말 고독해보였어요. 나중에 솔로 앨범 나온 거 보고 정말 깜짝 놀랬다니까요.

[이지형] 그 때 하루에 네 마디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말을 하면 안 되는 설정이었다고 할까. (웃음) 근데 사실은 제일 편하고 행복했던 때에요. 중 1 때 형 친구가 기타를 치는 걸 보고, 그 사람이 너무 멋있어서 저도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 돼야지 하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너무 빠져들어서 기타리스트가 꿈이 됐어요. 헤비메탈 좋아해서 ‘이것이 헤비메탈이다!’하면서 기타를 쳤죠. (웃음) 그러다 3인조로 너바나 카피밴드를 하게 됐는데, 처음에 보컬이 없어서 노래를 하게 됐고, 하다 보니까 재미있어서 계속... 그러다 96년에 친형이 알려줘서 드럭에 가서 오디션을 봤어요. 너바나 카피로 홍대를 아도쳤죠. (웃음) 그 전에도 계속 자작곡은 쓰고 있었고, 어느 순간 정체성을 찾아보자고 생각하고 너바나 카피를 끊었어요. 근데 또 너바나에 푹 빠져있었으니까 우리 곡을 써도 스타일이나 보컬이 거기서 완전히 다르게는 안되더라구요.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사실 저는 목도 아프고 정신없이 기타 치다 상처도 나고 다치고...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서 이지형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겠다. 편하고 자유롭게 노래하고 싶은 열망이 커졌고, 그 결과물이 ‘인디파워’에 실렸던 ‘향기로운 추억’이었어요. 우연찮게 ‘향기로운 추억’이 앨범 타이틀곡이 돼서 뮤직비디오도 찍고, 라디오 출연도 하고 했었어요.

[민트페이퍼] ‘향기로운 추억’ 정말 좋아했었어요. 위퍼 1집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앨범 나오고 활동이 없더니 해체했다는 얘기를 들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나네요.

[이지형] 위퍼 1집 마스터링 끝나는 날 영장이 나와서 군대를 가게 됐어요. 음반발매 기념공연 한 번 하고, 1회 부산락페스티벌 참여하고 결국 해체. 집안 상황도 안 좋아져서 기타도 내다 팔아야하는 상황이 되고 힘든 시기였어요. 그 때 성격이 참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여러 사람 만나면서 편하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법도 배우고, 폼 잡으면 세상 살기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되고, 기타 사려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언니네이발관 세션도 하고, 윤철형(신윤철)이랑 서울전자음악단도 같이 시작하고... 그러면서도 꾸준히 솔로 준비를 해서 제대하고 혼자 어쿠스틱 기타로 클럽에서 공연도 했었어요. 근데 저 사실 홍대에 소문 쫙 날 줄 알았거든요. 위퍼의 이지형이 솔로 한다더라 하고... (웃음) 신인으로 다시 시작하는 거였죠. 아이돌 은퇴 시기인 (웃음) 서른이 되기 전에 솔로로 나오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리스타뮤직을 시작했고, 좋은 인연으로 해피로봇을 만나서 음반 내고 공연 하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민트페이퍼] 이번 앨범 작업할 때 아마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번에 잘 돼야 하는데” 이런 얘기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심적으로 부담도 많았을 텐데 이제 완성된 2집이 나왔잖아요. 이런 저런 반응들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이지형의 음악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알고 있는 분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지형] ‘뜨거운안녕’ 때문에 옛날 위퍼 팬들로부터 ‘이번에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도 아니고) 기도할게요.’ ‘계속 음악을 하고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이지형씨가 어떤 음악을 하든 응원할 거에요.’ 이런 메시지들을 받았어요. 깜짝 놀랐죠. ‘뜨거운안녕’으로 예전 팬들이 저를 다시 찾아주실 거라고 생각도 안 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2집에 기대도 많이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시고, 지금은 이제 2집이 나왔고 이 앨범을 좋아하시는 분도 있고 싫어하시는 분도 있겠죠. 위퍼 때도 분명히 급변하는 시기가 있었고 이제는 누가 나에게 등을 돌린다고 해도 두렵지가 않아요. 그보다 본질적으로 제가 음악을 계속 열심히 하고, 음악을 어떻게 대하고, 이지형 음악의 생명력이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하겠죠. ‘나를 떠나면 어떻게 하지? 나한테 등을 돌리면 어떻게 하지?’ 이런 고민 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제 음악을 할 거예요.

“눈을 감고서 또 다른 내 심장을 움직여 볼까” - 메탈포크쥬니어의 여름 中



(민트페이퍼 / 글,사진_진문희)

 

지형님, 저도 기도하고 있어요!!!
인터뷰 읽고 눈물이 핑도는 이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뭐람??? T_T
정여사
2008-09-19  


'뜨거운 안녕'으로 지형님을 알게 된 1인. 'I need your love'로 완전히 님께 사로잡혀 버렸네요^^* 이번 민트페스티벌 기대할께요~
마니주
2008-09-19  


이번앨범. 대박입니다~!!! 매일매일. 하루세끼. 빼먹지 않듯이. 그리고, 당신인생의 첫번째 3집을 벌써부터 기대합니다
꿈꾸는소녀
2008-09-23  


We need your music !
에몽
2008-09-23  


음악 정말 좋아요^_^
빨간사과
2008-09-24  


옴마나~ 이뭐 사진이 죄다 아트에요~ +ㅁ+ 메탈포크쥬니어의여름 들어가며 쌩목으로 따라부르는 저랍니다 ^^ ㅎ
2집앨범 대박이에요! 수록곡 모두 너무조아요 ^^
상큼꽃처녀
2008-09-24  


향기로운 추억 저도 너무너무 좋아해요^^
위퍼때 어뜨케 하루 네마디하고 참으셨어요? 지금 말씀하시는 거보면 믿기지가 않아요 도.저.히 ㅋ
카프카
2008-09-29  


지금도 드럭에서 듣던 위퍼때 노래가 입에서 맴도는데.. 못 콘서트때 게스트로 보고 못알아봤어요. 동명이인이로만 알았는데.. 암튼 2집 발매 축하드리고 콘서트때 뵐께요~
punx0301
2008-10-09  


공연생각에잠못이루어요ㅜㅜㅜㅜㅜㅜ
빨강골무
2008-10-16  


ㅠㅁㅠ진짜 음악 다좋아요
We need your music !
ohkay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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