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페이퍼 12월의 potm 토이 – 여전히 조금은 철이 덜 든 모습으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민트페이퍼  |  2014-12-17 14:07:01  |  4,234


유희열 그리고 토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를 또 한 번 쓰자면 제 손가락만 아프겠죠. 7년만이라 더욱 반갑고, 행복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라 기쁘고, 오래 전부터 함께 걸어온 분들과 또 새롭게 알게 된 분들까지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이 생겨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7집 제목인 'Da Capo'처럼 처음으로 돌아가 이번 앨범을 작업하게 된 힘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지난 몇 년 간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한 번도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걸 잊어본 적이 없어요. 외국에 나갈 때, 직업란에 언제나 작곡가라고 적는 걸 보면, 그렇게 멀리 떠나온 것 같지는 않네요.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내 음악을 지지해주고 기다려준 사람들. 예를 들면, 가족, 안테나 식구들, 음악하는 동료들, 토이뮤직(다방)에 모이는 오랜 사람들. 멀리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그들이 힘이 됐어요.


실제로 발매되기 전까지 '토이 7집이 나올 것이다'하는 추측(?)도 많고, 애타게 기다린 분들도 정말 많았는데, 혹시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이를 먹은 거죠. 체력과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고, 먹고 사는 일이 코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뭔가에 푹 빠져서 크게 감동 받는 일도 점점 없어져요. 그리고 갈수록 생각도 많아졌어요. 내 음악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악보를 펼쳐 들며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통해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아무래도 객원 보컬들의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시간이 흐른 만큼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객원 가수의 선택 기준은 단순해요. 곡에 잘 어울리느냐의 문제죠. 나와 다른 아티스트와의 차이점은 보컬리스트, 즉 화자의 입장보다는 프로듀서, 연출자의 입장에서기 때문에 연기자를 통해 다양한 감성을 노래할 수 있다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십대 같은 감성의 곡이 나오기도 하고, 지금 내 입장과는 전혀 다른 곡을 만들 수 있는 거죠. TV에서 맹활약하는 아이돌 느낌이 아주 강한 친구라도, 이 곡에 어울린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러브콜을 보냈을 거에요. 그런 경계에 대한 선입견은 없는 편이에요.


혹시 여성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늘어난 데는 이유가 있을까요?

곡을 쓰다 보니 그렇게 나왔어요. 특별히 여성 아티스트를 생각하며 곡을 쓰지는 않았어요. 이전 앨범보다 여성 아티스트 참여가 많아서 회사에서는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토이의 트레이드마크는 사랑에 실패한 혹은 감성적인 남자들의 이야기였잖아요. 그리고 토이를 아껴주시는 분들 중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도 있고.
멜로디에도 남녀가 존재해요. 전주를 처음 듣는 순간에도 '아, 이건 여성적이구나'를 느끼게 돼요. 억지로 남자 보컬에 맞추거나 하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냥 나오는 대로, 어울리는 대로, 자연스러운 대로 하다 보니 여성 보컬의 참여가 많아졌어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앨범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차이가 있었을 것 같아요.

우선 시장의 평가가 음원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이 커요. 그리고 음반 후반 작업이 완전히 디지털로 바뀌었다는 점. 장단점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기술은 후퇴하지 않아요. 예전의 기억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적응하고 선택하고 결정해야만 하죠.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어요. 토이 덕분에 과거에 함께 했던 세대뿐만 아니라, 어쩌면 방송인으로만 알고 있는 어린 세대도 같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생긴 게 아닐까. 그래서 참 다행이고, 참 좋은 일이다라는 생각이요.

고맙습니다.. ^^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느냐는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누군가는 진행자로 누군가는 심사위원으로 알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만큼 그 역할을 충실히 잘 해왔다는 뜻이기도 할 테고요. 뭘 하든지 다 내 모습이고 내 결과물이에요. 다만 하나라도 허투루 나가는 게 싫고 창피할 뿐이죠. 음악에 대해서는 특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오랜 시간 음악에서 떠나온 시간에 비해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게,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에요.


크레딧을 보면 이 앨범이 하나의 축제 같기도 해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하나의 앨범을 위해 모였잖아요. 그래서 앨범을 자주 발표하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운 일이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토이는 민폐다...'라고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했어요. 사실이거든요. 다른 동료들의 참여가 없으면 만들어질 수가 없어요.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했는지 감사하게도 매번 큰 도움을 받아요.
고마운 사람들을 쓸 때나 크레딧을 정리하다 보면,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내 주변의 음악 선후배들이 총망라돼 있는 기분이 들어요. 마치 무슨 20년 간의 가요계 인명 대백과사전을 보는 기분이랄까. 항상 감사하고 죄송해요.



(언제가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잘 생겨지신데다가 스타일도 좋아지고, 가창력까지 향상됐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요...?

놀리는 건가...? (그럴 리가요… 진심입니다)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면 2013년 4월 17일부터 잘 생겨지기로 마음 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2014년 6월 10일부터 노래 잘하기로 생각한 것도 있고.
됐나??!!


'스케치북'도 있고 'K팝스타'도 있고.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는 동료/후배 아티스트들을 계속 접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늘 자극이 돼요.
토이라는 틀은 처음부터 그 시대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파퓰러한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자의식이 진하게 투영되는 음악보다는 말 그대로 그 시기에 만들어지는 프로젝트 팀이요. 그러다 보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변의 뮤지션 중에서 누구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어떤 사운드와 장르를 선택할 것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해요. 그리고 대중적으로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도 고려해요.

단순하게 각 시기를 뭉뚱그려 보자면,
1집 때는 내가 속했던 하나음악의 언더그라운드라 불리던 색깔과 초기 팝시퀀싱 사운드
2집은 가요계에 막 시작된 싱어송라이터들의 자기 스타일에 대한 표현
3집은 스트링 위주의 발라드
4집은 일렉트로닉에 대한 관심
5집은 장르가 가지는 클리셰들의 변형과 재해석
6집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표현하고 싶은 보편적 편곡의 구현
그리고 마지막 7집은 (이게 좀 복잡한 이야기인데) 쉽게 들리게, 하지만 음악의 촘촘함? 편곡의 디테일들은 집요하나 알아채지 못하게 만드는 것에 정말 많은 시간을 쏟았어요. 지금까지 작업 중에 반주 MR만 들으면 가장 복잡한 트랙들이 많아요. 이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자기만족이기도 한데, 많은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해도 그 부분이 창작자가 가질 수 있는 기쁨이기도 하고, 토이라는 음악이 가지는 미세한 차별점이기도 해요.

최근 인터넷 댓글과 SNS가 활성화되면서 일반 청자들의 반응이 큰 힘을 가지게 됐는데, 거기에 함몰되다 보면 갈수록 프로페셔널한 시선들이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돼요.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만큼 듣고 보고 말하게 되어 있잖아요. 점점 깊이 있는 시선들과 소통창구의 부재가 그리워지기도 해요. 후배 뮤지션들의 내일이 조금은 걱정되기도 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물론 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오타쿠 같은 전문가들도 훨씬 더 많아진 점은 다행이라 생각해요. 후배 뮤지션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잘 살피고 각자 살아남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돌파하라고, 그리고 큰 도움이 못 돼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요.


몇 달 후의 일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공연이 있을 예정이에요.

다행히도 지금까지 참여해준 동료들의 도움으로 4월에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 토이의 얼굴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7년만에 만나는 자리라 떨리기도 걱정되기도 해요. 음반 프로모션으로 방송이나 무대를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팀이라, 한 번의 공연이 참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은 커요. 미리 주변 선후배 가수들, 연주자들께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에게는 공연보다는 몇 년에 한 번씩 모이는 음악인들의 단합대회 같은 느낌이에요.


다른 걸 생각하실 여유가 많이 없는 시기겠지만, 토이 7집이나 스케줄 등을 제외하고 많이 생각하고 계신 건 어떤 건가요?

최근에는 'K팝스타'를 통해 함께 음악을 하게 된 권진아양과 샘 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어요. 워낙 어린 친구들이라 어떤 방향을 제시해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져요. 한가지 확실한 건 다른 회사의 성공사례를 참고하고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라는 한가지 원칙만 점점 떠 또렷해지고 있어요.


마지막 그 동안 새 앨범을 기다렸고, 이제 또 콘서트를 기다리고 있을 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돌아보면 참 긴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걸어와준 여러분들께 그리고, 매번 '여기까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힘이 돼주신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께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멋지진 않겠지만 부끄럽지 않고 싶습니다. 또 여전히 조금은 철이 덜 든 모습으로 음악으로나 공연으로나 아니면 방송으로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2015년 되시길...





TOY 7집 발매 기념 콘서트
일시: 2015년 4월 2일(목) ~ 4월 4일(토)
        목/금 - 오후 8시 토 - 오후 6시
장소: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예매: 인터파크 ticket.interpark.com




(민트페이퍼 / 편집_진문희 사진제공_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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