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페이퍼 12월의 potm 토이 – (드디어) 7집 Da Capo
민트페이퍼  |  2014-12-01 10:09:10  |  5,231



TOY
1994 [내 마음속에]
1996 [You Hee Yeol]
1997 [선물(Present)]
1999 [A Night in Seoul]
2001 [Fermata]
2007 [Thank You]
2014 [Da Capo]

www.toymusic.co.kr



TOY [Da Capo]
01. 아무도 모른다 (Inst.)
02. Reset (with 이적)  
03. Goodbye sun, Goodbye moon (with 이수현 of 악동뮤지션)  
04. 세 사람 (with 성시경)  
05. 너의 바다에 머무네 (with 김동률)
06. U & I (with Crush&빈지노)
07. 인생은 아름다워 (with 다이나믹듀오&Zion. T&Crush)
08. 피아노 (Inst.)  
09. 피아니시모 (with 김예림)  
10. 그녀가 말했다 (with 권진아)
11. 언제나 타인 (with 선우정아)  
12. 우리  
13. 취한 밤  



7년과 맞바꾼 고민, 집착, 기다림. 그리고 다시 찾는 음악의 이유와 가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 20년의 완성체 혹은 다시 맞닿은 스타트라인
TOY, 일곱 번째 앨범 [Da Capo]


1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비쩍 마른 몸과 매의 눈으로 선배들의 부름을 기다리던 20년 전 음악 초년병 시절, 아니 그렇게까지 고릿적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난데없던 아랍왕자 이지형을 앞세워 선보인 뿅뿅사운드의 '뜨거운 안녕'과 '관음희열', 그리고 '해피 뉴희열'과 '이게 다 유희열 때문이다'라는 말들이 낭만처럼 여겨졌던 6, 7년 전과 비교해서도 말이죠.

라디오형 가수이자 재야의 재담꾼으로만 독야청청 할 것 같던 유희열은 마흔을 앞둔 어느 날부터 신비주의를 벗고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생각해보면 실제 특별한 한 방의 임팩트는 없던 것 같지만, 쌓이고 정들며 가끔은 똑똑하거나 인간적인 면까지 부각되니, 그는 대세를 넘어서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으로 등극하였습니다. 명절 특집쇼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제작진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중요한 이름이 되었고,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양 평소보다 더 좁고 의기소침한 어깨만 부각되던 2008년 노트북광고(with 현빈, 류승범, 신민아) 때와는 달리, 요즘은 통신, 의류, 자동차, 커피, 헤드폰, 보험은 물론 시대를 대표하는 미남미녀만 나올 수 있다는 김치냉장고까지 모델로 발탁되어 끼를 발산 중입니다. 음악왕, 임금님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그가 어느덧 예능왕, CF왕을 넘어 진정한 유희왕으로 거듭나는 중이랄까요. 이제는 선홍 빛 잇몸조차도 최면에 걸렸는지 진짜 잘생겨 보이기까지 합니다.

유희열, 그는 참 희한한 사람입니다. 좋은 학교 나와서 청산유수의 언변에 음악까지 잘 하는 사람이 방송이나 광고판을 누비고 다닌다면, 대개 안티 세력이 좀 생기고 팬들 역시 변했다며 뒤돌아설 법도 한데 이 사람에게는 그 저주받은 가창력까지도 그러려니 너그럽게 여겨줍니다. 심지어 공신력 있다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서도 그의 기이한 캐릭터에 대해 "유희열은 야한 농담도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난 수의 여성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성들에게도 호감을 주는 스타일이다."라는 진지한 척 놀리는 평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마초적인, 저질스러운, 자아도취적인, 게으른, 대책 없는, 소탈한, 치밀하지만 섬세한, 소녀감성의, 소년 같은, 장난기 다분한, 사연 많아 보이는, 추억 속에 사는, 진보적인, 긍정적인, 잔정이 많은... 셀 수 없는 다중성이 내제된 참 알다가도 모를 연구대상입니다. 아수라 백작, 지킬앤하이드처럼 말이죠.

이처럼 미디어를 통해 특이하게 생긴 재미있는 아저씨 정도로만 알고 있을 디지털 세대들과 청춘의 찬란했던 시절을 눈물과 웃음으로 그와 함께 보내온 아날로그 세대들 모두에게 유희열이라는 의미는 참으로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음악인이자 토이로써의 모습이 더 기다려졌고 궁금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윤달처럼, 유성처럼 일정한 주기를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을 것 같던 토이의 새 앨범은 최고의 전성기, 토이 데뷔 20주년, 7년 만의 7집이라는 절묘한 타이밍과 얽혀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 역시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었던 양 말이죠.

지금까지의 얘기들이 유희열의 요즘과 관한 것이었다면 이젠 그의 또 다른 절반 아니 분신과도 같은 토이의 조금은 진지하고 새로운 얘기들을 해볼까 합니다.

2
6집 [Thank You]와 1년도 채 되지 않아 공개된 소품집 [여름날]이 발매됐을 즈음만 하더라도 7집까지 이렇게 음악적 공백이 길어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과 더불어 다음 앨범에 대한 계획이 그 어느 때 보다 일찍 서있었으며, 창작에 재미를 붙이면서 난생처음 작업실이라는 것과 안테나뮤직 전용 스튜디오까지 만들었습니다. 사실 유희열은 토이의 새로운 작업을 모색할 즈음이면 라디오 DJ를 자청합니다. 자신이 몰랐던 새롭고 많은 음악을 접하고 자극을 받기 위해서이죠. 아마도 2008년 '라디오천국'을 맡은 이유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앨범 작업이 시작됐으리라 싶었던 2010년 즈음 본인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몇몇 후배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들을 더 빨리 흡수하고 잘하는 것 같아 부럽고 고맙네요. 난 참 어렵게 익히고 알아왔는데..." 그리고 앨범 작업이 한창일 거라 예상됐던 2012년, 의외의 얘기도 듣게 됩니다. "썼던 곡들에 애착이 있긴 한데 비우고 새로 해보려고요. 이번 앨범은 레퍼런스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들까 합니다." 앨범에 필요한 작곡, 녹음, 믹싱, 디자인의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 영화, 문학, 전시를 찾고 접하는 과정은 전세계 어떤 아티스트든지 매우 일반적인 작업 방식이며, 특히 스토커 수준으로 밤새 삼라만상을 찾아보는 유희열이기에 참으로 의외의 결단이라 여겨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오랫동안 유희열 속에 녹아내려 그의 감각, 습관, 철학을 지배하게 된 것들, 토이의 7집으로 떠올린 심상들을 음표라는 공간 안에 그리는 작업이라는 것이 과연 어떠한 공식처럼 쉽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기에 녹음했다 지우고, 이런저런 고민 끝에 포기하고, 오랫동안 묵혀놓은 레코딩 파일을 다시 끄집어내기도 했습니다. 가장 어울리는 느낌을 담기 위해 욕먹을 각오하고 한 곡의 객원 보컬만 서너 번 이상 바꿔보기도 했으며(불운의 주인공들이 누구였는지는 부클릿의 thanks to가 약간의 힌트가 될 듯),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연주나 편곡의 도움을 청해본 적도 있습니다. 한 트럭이 족히 될 정도로 많은 곡들과 데이터 속에 함몰된 그가 장인 정신이 투철한 아티스트일지, 상식을 넘어선 집착증 환자일지는 몰라도 이토록 지독하게 손 때 묻은 과정들로 채색된 [Da Capo]는 토이 음악 역사에 있어서도 가장 공을 들인 앨범임엔 틀림없게 됐습니다.

2014년 11월 18일. 6집 [Thank You]가 2007년 11월 29일에 발표됐으니 열 하루 부족한 7년이란 시간이 걸려 새로운 정규 앨범을 만나게 됐습니다. 6년의 인터벌이 있었던 지난 앨범(일명 '육즙'이란 별칭으로도 불렸던) 덕에 어느 정도 단련(?)된 팬들은 언젠가부터 '기다리다 토 나오는 토이의 칡즙 음반'이라 부르며 '과연 얼마나 정성 들여 쥐어짜낼 새 앨범일까' 궁금해왔습니다. 미디어와 소문으로만 떠돌던 소식들(2013년 내에는 나온다, 2014년 봄이면 충분하다, 발매 공연 장소와 일자가 잡혔다던데, 아이돌 **가 객원 보컬로 참여한다더라 등등)을 무심히 스쳐 보내며 누구 못지않은 보살들이라 자조했던 팬들에게 얼마 전 공개된 객원보컬 라인업은 충격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라인업만으로도 이미 검증된 대작', '페스티벌 라인업도 이런 섭외는 힘들 것이다', '역시 토이이기에 음원깡패들 아낌없이 총출동', '타이틀곡에 성시경, 좋기는 한데 매번 참여한 목소리가 빠져서 아쉽다'라는 주변 반응을 살피며 정작 본인은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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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토이의 7집 [Da Capo]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 그대로를 담은 앨범입니다. 'Da Capo: 처음부터 다시 혹은 처음부터 반복해서. 음악에서는 D.C.로 약기하여 나타내며, 이 표가 적힌 곳에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라는 뜻이다. 도돌이표, 반복기호라고도 한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20년 활동을 정리함과 동시에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될 미래를 조망하는 음반입니다. 반복될 미래의 조망이란 지금까지 만들어온 익숙한 소리들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다듬고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리셋을 통해 처음이란 마음으로 다시 배우고 시도하고픈 바람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Da Capo]에는 토이에 최적화된 익숙함과 낯선 사운드가 적절히 안배된 느낌입니다. 80년대 작법에서 볼 수 있는 팝적의 멜로디와 퓨젼 재즈의 섹션, 발라드의 기조를 품은 안정된 코드진행에 더해진 과감한 전조, 일렉트로닉적 프로그래밍과 모던록의 어프로치까지 기존 토이를 수식하는 음악적 방향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가운데, 복고풍 유러피언 팝의 육감적인 사운드, 소울 음악의 기조를 띤 스트링과 리듬감, 임팩트 있는 랩과 가공되지 않은 청아한 목소리 등 이전의 토이와는 차별된 경향 역시 유기적으로 혼합된 느낌입니다.

토이 사운드의 또 다른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가사의 질감은 여전합니다. 청춘을 추억하는 쓸쓸한 생활, 바보 같은 연애의 후일담이 전편에 걸쳐 변함없이 흩어집니다. 토이의 음악 속에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Big'의 어른이 된 아이의 혼란, 아무도 없는 놀이동산의 화려한 불빛 같은 장면이 묘하게 교차하는 것 같다는 얘기를 누군가 한 적이 있습니다. '어른의 동화', 토이 [Da Capo]를 쉽게 설명해줄 또 하나의 쉬운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러닝타임 80분, 70분을 가볍게 넘어섰던 전작들에 비하면 조금은 소박해진 구성이라지만, 디지털 싱글로 매커니즘이 변한 작금의 상황 속에서 [Da Capo]의 13곡, 60분은 결코 만만한 분량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방대한 토이의 앨범 한 켠에는 프로듀서 유희열뿐 아니라 중요한 동반자가 늘 함께 해왔습니다. 양질의 사운드를 위한 윤정오가 있었고, 완벽한 노래의 표현을 위해 김연우, 김형중, 변재원, 이지형 등의 보컬이 참여 했으며, 남과 다른 사운드디자인을 만들어내고자 세인트 바이너리를 초빙한 적도 있습니다. 늘 좋은 형이자 파트너인 정동인 대표는 물론이겠고요. 그리고 본 작 "Da Capo" 역시 카운터 파트너가 존재합니다. 다름 아닌 같은 레이블 식구 신재평(페퍼톤스). 어찌 보면 가장 최근 음반이었던 [여름날]을 통해 합을 맞췄던 만큼 어느 정도 예견이 된 조합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신재평의 주도적인 편곡과 프로그래밍 참여로 인해 토이는 과거에 비해 좀 더 과감한 소리들까지 담을 수 있게 된 듯 보입니다. 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사진작가 안성진, [Thank You] 수록곡 모두를 뮤직비디오로 기획한 광고 디렉터 조원석,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기타 연주자 함춘호 등 업계 최고의 인물들이 다시금 [Da Capo]를 위해 뭉쳤다는 사실 역시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4
팬들에게 있어 본 작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웰메이드 가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음은 물론 현재까지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총망라 됐다는 점일 것입니다. 비슷한 세대, 일맥상통한 아티스트형 음악인이라 분류되어온 유희열, 이적, 김동률과 그들의 감성을 공유해온 후배 성시경이 한 음반을 통해 이름을 만난다는 것은 음악팬들에게는 축복이 아닐 수 없을 사건입니다. 물론 이적(토이 5집 '모두 어디로 간걸까')과 성시경(토이 5집 '소박했던, 행복했던' / 6집 '딸에게 보내는 노래')은 그 동안 여러 작업과 방송을 통해 어느 정도 예견 가능한 합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만, 김동률과 토이 유희열의 본격적인 협연(물론 김동률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유희열의 짧은 참여가 있었습니다)은 처음이기에 의미와 화제성이 남다른 편입니다.

오랜 고민 끝에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세 사람'은 발라드의 제왕 성시경이 참여했습니다. 제목만으로 보자면 토이 5집의 연주곡 '두 사람' 혹은 성시경의 대표곡 '두 사람'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실제로는 토이의 최대 히트곡 '좋은 사람'의 후속편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전 토이 스타일의 청춘이나 사랑을 담은 곡이 그립다'라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유희열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발라드를 오랜만에 만들어 본 것임을 작업 후기를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유연석이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 역시 우연만은 아닐 듯 싶고요.

'Reset'은 2010년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토대로 자연스레 만들어진 트랙이자 아주 오래 전부터 앨범의 본격적인 첫 곡으로 꿈꿔온 질주감 넘치는 작업물입니다. 곡에 맞는 보컬을 구하지 못해 가장 애를 태운 곡이었으나 갑작스런 이적의 방문으로 한 방에 해결되었다는 후문입니다. 웰메이드 보컬 3부작의 마지막인 '너의 바다에 머무네'는 김동률 특유의 호흡과 호소력이 잘 녹아든 팝 넘버입니다. 브라질리언부터 라틴팝에 이르는 관심을 풍성한 스트링에 담아 풀어낸 곡입니다.

5
[Da Capo]가 전작들에 비해 외형적으로 가장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참여가 부쩍 늘어났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껏 발표한 6장의 앨범 내 무수히 많은 객원보컬들 속에서도 조원선, 윤하 외에는 유독 문호(?)를 열지 않았던 사실에 비춰보면 정말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것도 모두 새로운 얼굴들이라니 말이죠.

특히 유희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케이팝 스타' 출신의 두 명의 보컬리스트는 본 작의 참신함을 견인한 중요한 히든카드이기도 합니다. 참여진 중 가장 나이 어린 이수현(악동뮤지션)의 꾸밈없는 목소리 'Goodbye sun, Goodbye moon'은 내용적으로 '크리스마스 카드'(6집 Thank You 수록곡)와, 사운드적으로는 대표곡 '뜨거운 안녕'과 많이 닮아있는 토이식 캐롤곡입니다. '뜨거운 안녕'의 모티브가 Olivia Newton-John의 'Xanadu'였다면 'Goodbye sun, Goodbye moon'은 F.R David의 'Words', Tami Stronach의 'Fairy Queen' 같은 80년대 히트곡과 SES로 대표되는 90년식 팝 사운드를 오마쥬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광고 BGM을 통해 티저 형식으로 소개된 '그녀가 말했다'에는 심사위원과 경연자의 관계에서 이젠 같은 레이블의 식구로 발전한 권진아의 재발견이 반갑습니다. '라디오 천국'의 오랜 코너 제목이기도 했던 이 곡은 화려한 치장 없이 정다운(제이레빗)의 피아노와 권진아의 목소리에만 초점을 맞춰 너무도 담담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풀어낸 것이 포인트입니다.

개성 강한 두 명의 여성 보컬리스트 역시 토이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유희열이 무한애정 한다는 선우정아와 천재 뮤지션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에 세컨드세션, 윤석철까지 합세한 '언제나 타인'은 앨범을 통틀어 가장 묘하고 실험적인 색체를 담고 있습니다. 특급프로듀서 Danger Mouse와 영화음악가 Daniele Luppi가 함께한 가상의 사운드트랙 "Rome"이나 오래된 프렌치 고전 무비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는 평가에 대해 정작 유희열 본인은 '6, 70년대 이탈리아 B급 에로영화 OST의 분위기에 어른들의 결핍된 사랑 얘기를 담고 싶었을 뿐'이라는 모호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작사까지 일조한 선우정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몽환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음색으로 앨범 후반부의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노래 제목은 동명의 한국 영화(1969년-신성일, 문희 주연)와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Strangers When We Meet)'이라는 미국영화(1960년-킴 노박, 커크 더글라스 주연)에서 따온 것이라고. 두근거리고 조심스러운 감정을 묘사한 짧은 연주곡 '피아노', 그 테마에 가사를 붙여 완성한 '피아니시모'는 '매우 여리게'라는 내포한 의미자체로 충분히 설명됩니다. '피아노'와는 달리 '피아니시모'에서는 기타(이상순)가 중심이 된 편곡을 담고 있으며, 여리게 속삭이는 김예림의 목소리가 휴식과도 같은 편안함을 전해줍니다.

6
[Da Capo]의 음악적 시도와 변화의 모색을 짚고 넘어가려면 앞서 소개한 '인생은 아름다워'와 더불어 랩이 더해진 앨범 중반부의 두 곡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최근의 대중음악 조류와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겠지만, 작법의 형태나 사운드의 질감만으로 보자면 실제 이전부터 해왔던 토이 음악의 새로운 버전이거나, 그가 꽤 오래 전부터 심취해온 일본의 대표 프로듀서 Tomita Lab의 자연스런 영향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토이의 앨범에서 소울 음악의 어프로치와 화려한 래핑을 듣게 될 줄이야.

R&B, 소울 보컬의 떠오르는 신예 크러쉬와 대세 래퍼 빈지노가 참여한 'U & I'는 본인의 곡 ‘내가 남자친구라면’(5집 Fermata 수록곡)를 레퍼런스로 만들어진 가벼운 사랑노래로,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 설렘을 묘사한 곡입니다. 예전의 작업과 변한 점이라면 프라이머리의 참여로 좀 더 리듬감이 부각됐으며, 직접 노래를 부르기엔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네요.

본 작 중 가장 공을 많이 들였음은 물론 가장 마지막에 녹음이 완료됐다는(그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던) '인생은 아름다워'는 아메바컬쳐의 대표주자(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크러쉬) 총출동도 부족해 브라스와 스트링 세션까지 화려하게 더해진 곡입니다. 특히 다듀의 자전적인 내용의 랩이 인상적이며, 유희열의 훵키한 건반터치와 신재평이 며칠 밤을 꼬박 새며 만들었다는 프로그래밍 신공 역시 주목거리입니다.

7
결과적으로는 [Da Capo] 중 '우리'와 '취한 밤' 딱 두 곡에만 유희열의 보컬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조금 아쉬울 테고, 또 누군가는 다행이라고 안도할지 모르겠네요. 레코딩에 참여한 엔지니어의 '뭔지 모르게 가창력이 많이 늘었다'는 평가에 대해 정작 본인은 '라이브음악프로그램을 오래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확실히 유희열의 목소리는 소리 없이 깊어졌고 본인 역시 느끼고 있습니다. 나이와 함께 더 많은 일을 겪고 느낀 이유일 수도, 예전보다 확실한 지지를 받으며 생겨난 여유와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토이와 그 음악은 여전히 청춘의 푸릇함을 꿈꾸고 유약한 떨림을 포착하여 담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영원할 리 없다는 것을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흔들리는 청춘과 추억의 찬란함, 그 접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름날2'라는 숨겨진 부제처럼 말이죠. 사운드적으로는 YMO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이펙팅과 미디움 템포 모던록의 묘한 대입이 어울리는 곡입니다.

앨범의 인트로 격인 연주곡 '아무도 모른다'와 유희열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더해진 아웃트로 트랙 '취한 밤'은 꽤 오랜 텀을 두고 만든 곡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그 톤과 정서가 많이 닮아있습니다. 피아노의 엠비언스와 함께 미니멀하게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곡의 구성, 변하고 또 잃어가는 나와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어쩌면 그토록 오랫동안 고민하고 [Da Capo]가 채우고자 했던 것들은 두 곡의 트랙을 통해 해답에 이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끝없는 반복 속에서 또 다시 웃고 슬퍼하며 새롭게 이어지며 시작하라고.


"그렇게 우린 변해가고 시간은 멋대로 흐르고 모두들 잘살고 있나요 괜찮은 건가요
....... 정말 고맙고 또 미안해요 우리 아프지만 마요." - 취한 밤 中





TOY = 유희열 작곡자이자 프로듀서인 유희열의 프로젝트 밴드

작사, 작곡, 프로듀싱, 건반 연주와 일부 보컬을 본인이 담당하며, 각 곡에 어울리는 객원 보컬과 연주자를 초대하여 음악을 완성하는 형식이다. 해외에서는 간혹 볼 수 있는 개념의 작업편성이나, 국내에서는 토이의 성공으로 인해 뒤늦게 프로듀서 중심의 프로젝트들이 다수 탄생했고, 지금까지도 큰 붐을 이루고 있다.

1989년 고등학생 시절 김장훈 1집 수록곡 '햇빛 비추는 날'을 작곡하며 음악계에 등장한 유희열은 서울대학교 작곡과 입학(이후 14년 만에 졸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후, 1992년 제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달빛의 노래'로 대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작품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윤정오와 함께 토이를 결성하여 1집을 발표했지만 유학(윤정오)과 군입대(유희열)로 인해 뜻하지 않은 공백기를 갖게 됐고, 1996년 유희열 프로듀서+객원보컬 체제를 탑재한 토이 2집을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흡사한 방식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90년대말 즈음부터 토이는 음악적인 완성도를 담보하는 명품 브랜드로 서서히 부각되기 시작했고, 별다른 TV활동 없이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까닭에 라디오 세대의 마지막 스타 DJ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남다른 문화적 통찰력으로 감성 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해왔다. 지금껏 김장훈, 이승환, 윤종신, 이문세, 김연우, 박정현, 김형중, 이소라, 성시경, 박효신을 비롯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음반에 프로듀서와 송라이터로 히트곡을 양산해왔고, 최근에는 방송인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촌철살인의 입담과 숨겨왔던 끼를 마구 발산 중이다. 대표곡으로는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바램', '여전히 아름다운지', '스케치북', '좋은 사람', 'Silly Love Song', '뜨거운 안녕' 등이 있다.




TOY 7집 발매 기념 콘서트
일시: 2015년 4월 2일(목) ~ 4월 4일(토)
        목/금 - 오후 8시 토 - 오후 6시
장소: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예매: 인터파크 ticket.interpark.com



(민트페이퍼 / 자료제공_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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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민트페이퍼 11월의 potm 장기하와 얼굴들 – 전국 투어 & 앵콜 콘서트 '장얼의 마음'  
 
지난해 장기하와 얼굴들의 연말 콘서트 제목을 기억하시나요?   '내년에는 꼭 3집 내겠습니...
 민트페이퍼 2014/11/13 2885
279 민트페이퍼 11월의 potm 장기하와 얼굴들 – 사람의 마음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Vocal) 정중엽(Bass) 이민기(Guitar) 이종민(Keyboards) 하세가와 ...
 민트페이퍼 2014/11/03 2164
278 민트페이퍼 10월의 potm 메이트 - End of the World  
 
MATE [End Of The World] 01. The End 02. 하루 03. 너를 떠나 04. Indi...
 민트페이퍼 2014/10/31 2074
277 민트페이퍼 10월의 potm 메이트 – Welcome back!  
 
그들이 돌아옵니다! GMF2014에서의 무대 그리고 새 음반, 콘서트로 컴백을 준비 중인 메이트 이야기...
 민트페이퍼 2014/10/13 3280
276 민트페이퍼 10월의 potm 메이트 - baby  
 
GMF2014 무대로 컴백 소식을 알리며 다시 돌아온 메이트. 10월 3일 싱글 'BABY' 공개가 예정되...
 민트페이퍼 2014/10/01 2624
275 민트페이퍼 9월의 potm 유재하 – 유재하 동문 이야기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노래가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시대의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과...
 민트페이퍼 2014/09/19 3903
274 민트페이퍼 9월의 potm 유재하 - 대중문화 속의 유재하  
 
민트페이퍼 9월의 potm 故 유재하 님. 대중음악계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처럼 많은 아티스트들의...
 민트페이퍼 2014/09/11 1928
273 민트페이퍼 9월의 potm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민트페이퍼 9월의 potm의 주인공은 Grand Mint Festival 2014 Hall of Fame의 헌액 아티스...
 민트페이퍼 2014/09/01 5006
272 민트페이퍼 8월의 potm 쏜애플 – 다양한 문화에 접근하는 쏜애플  
 
미술, 영화 등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쏜애플. 지난 6월 열렸...
 민트페이퍼 2014/08/19 4224
271 민트페이퍼 8월의 potm 쏜애플 - 라이브 영상으로 보는 쏜애플  
 
집중하게 만드는 에너지와 긴장감, 앨범만큼이나 내러티브와 콘셉트가 있는 라이브를 선보이는 쏜애플. 9월 말, ...
 민트페이퍼 2014/08/06 3317
270 민트페이퍼 8월의 potm 쏜애플 – 이상기후  
 
민트페이퍼 8월의 potm은 쏜애플입니다. 지난 6월 2집 [이상기후] 발매, 콘서트, 페스티벌과 같은 다양한 ...
 민트페이퍼 2014/08/01 3301
269 민트페이퍼 7월의 potm 제이레빗 - 제이레빗은 콘서트 준비 중  
 
민트페이퍼 7월의 potm 제이레빗. 3집 [STOP&GO] 발매 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 8월 콘서트 소...
 민트페이퍼 2014/07/21 2456
268 민트페이퍼 7월의 potm 제이레빗 - 라이브 영상 히스토리  
 
3집 [STOP&GO]를 발표한 민트페이퍼 7월의 potm 제이레빗. 여러분은 제이레빗을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되...
 민트페이퍼 2014/07/07 2258
267 민트페이퍼 7월의 potm 제이레빗 - STOP&GO  
 
민트페이퍼 7월의 potm은 세 번째 정규 앨범 [STOP&GO]를 발표한, 제이레빗과 함께 합니다. ...
 민트페이퍼 2014/07/01 3700
266 민트페이퍼 6월의 potm 스윗소로우 - 소극장 콘서트  
 
7월 3일부터 20일까지, 소극장 콘서트 '화음'에서 12번의 공연으로 우리를 만날 스윗소로우. 그 연습 현장...
 민트페이퍼 2014/06/23 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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