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페이퍼 12월의 potm 국카스텐 - 음악이 제일 재미있어요
민트페이퍼  |  2010-12-21 17:27:32  |  5,072

2007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숨은고수, 2008년 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록 노래, 올해의 신인상 수상. 어느 날 정말 혜성처럼 등장한 밴드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뉴언발란스, 더 컴이라는 전신 밴드를 거쳐, '다시 한 번 음악을 해보자'는 결심과 함께 강원도에서 서울을 오가며 활동을 지속하는 등 오랜 시간 동안 내공을 쌓아왔습니다. 스스로 자신 있게 '부지런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꾸준히 수많은 공연에서 열정적이고 강렬한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국카스텐. '음악이 제일 재미있다'고 말하는 민트페이퍼 2010년의 마지막 potm 국카스텐을 만났습니다.  



[민트페이퍼] 얼마 전 발매된 EP [Tagtraum] 초판이 매진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정길] 좋은 일이죠. 그런데 만장은 팔아야하지 않을까요(웃음)?
[현우] 다 나갈 줄 알았어요.


[민트페이퍼] 국카스텐이라는 밴드 이름도 타그트라움도 그렇고 일상에서 툭 튀어나오는 단어가 아니잖아요. 하현우씨가 책을 읽다가 메모해 둔 단어들이라고 들었는데, 평범한 독서 취향은 아닌 것 같아요. 두 단어 모두 독일어라는 점도 그렇고요.

[현우] 남들 읽는 책 읽는데요. 이것저것 다 읽어요. 최근에는 김태용 작가의 [숨김없이 남김없이]를 보고 있어요.
[정길] 그러게요. 의도한 건 아닌데 둘 다 독일어네요. 국카스텐은 현우가 미학책 읽다가 본 단어이고, 타그트라움도 프로이트 책에서 나온 건데요. '붉은 밭'에 나오는 히틀러 연설도 제가 아이디어를 낸 건데 그것도 독일이네요? 현우가 아디다스를 좋아하는데, 그것도 독일 브랜드이고요.
[규호]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독일어가 영어랑 다른 딱딱한 느낌이 있는 게 매력이 있어요.

  
[민트페이퍼] 몇 년 전부터 국카스텐 이름이 자주 거론되기 시작됐잖아요. 저는 정말 그 때 만들어진 밴드라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과거(?)가 있더라고요.

[정길] 알고 지낸 지 10년 정도 됐어요. 뉴언발란스, 더 컴이라는 밴드를 하다가 군대를 갔어요. 그 이후에 다시 음악을 해보자고 시작한 게 국카스텐이에요. 강원도에서 고생 좀 하다가 서울에 왔죠.
[규호] 제가 강원도 사람이거든요. 현우가 안산부터 걸어서 온 적도 있어요. 엄청나게 냄새 나는 상태로 와서 밥 해주니까 미친듯이 먹더라고요(웃음).
[정길] 군대 제대하고 다시 모였는데, 규호형이 강원도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었어요. 거기서서 같이 작업하면서 공연 하러 서울을 오가며 지냈어요. (흰색 페인트가 묻은 자신의 운동화를 가리키며) 그 때 포장마차에 현우가 그림을 그렸거든요. 나중에 주인이 원상복구 하라고 해서 페인트칠 할 때 신었던 신발이에요. 하지만 특별히 고생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인생이 고생이죠 뭐.


[민트페이퍼] 그러고 보니 지난 연말 단독공연 때 강원도에서 가족들이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어요.
(인터뷰하러 오기 전 베이스 김기범의 아버지로부터 EP 초판 매진을 축하한다는 문자가 멤버들에게 도착하기도.)

[규호] 그 때 조카 데리고 형이 왔었어요. 단독공연 아닐 때 어머니가 오신 적도 있어요. 가족 파티를 했었죠.
[정길] 단독공연 하게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초대하려고요.
[규호] 10년 동안 계속 음악을 하니까 이제 가족들도 세뇌가 돼서 '그래, 너는 음악해라'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다들 음악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현우] 원래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교 가서 길거리에서 정길이 만나면서 밴드를 하게 됐고, 거기에 맛 들려서 계속 하게 된 거죠.
[규호] 형이 기타를 쳤어요. 중학교 3학년 때인가,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를 듣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저도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형한테 물 떠다 주고, 라면 끓여 주면서 코드 몇 개를 배웠어요. 그러다 '그것도 못치냐'는 무시를 당해서 형이 군대 간 다음에 혼자서 연습을 했어요. 하루에 16시간씩 기타를 치기도 하고. 결국 제가 이겼죠.  
[정길] 저는 그냥 드럼이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 음악 틀어 놓고 튀김젓가락으로 쟁반 치고 그랬어요. 대학 들어가서 동아리에서 드럼을 치게 됐고, 지나가다가 현우를 만나서 같이 하게 됐죠. 기범이는 실용음악학원 잠깐 다닐 때 만났는데, 그 때 고등학생이었어요. 예의가 바른 친구였는데 요즘은 '형이라고 할 때 잘 해!' 이러네요(웃음).




[민트페이퍼] '국카스텐이 어떤 음악을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가 참 곤란해요.

[정길] 우리도 국카스텐 음악이라고 대답해요. 굳이 말하자면 그냥 싸이키델릭 정도?
[규호]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음악 한다고 대답하시면 돼요. 아니면 록?


[민트페이퍼] 1집 앨범을 두 번 냈잖아요(2009년 1집 발매 이후 2010년 재녹음을 한 1집을 다시 발매했다). 어떻게 생각하자면, 이미 사람들이 들었기 때문에 굳이 다시 낼 필요가 없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용기 있는 결정인 것 같아요.

[현우] 1집을 두 번 냈죠. 상관이 있겠더라고요. 우리가 대충 앨범 내고, 대충 활동 하다가 대충 끝날 것 같았으면 그냥 뒀을 텐데, 왠지 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국내 최고의 록 밴드가 됐을 때, 1집을 들으면 어떨까?'하고 생각을 했더니 창피하더라고요. 내 인생이 다 어설프거든요. 그래서 이것만큼은 어설프게 하지 말자고 결심을 했어요.
[정길] 앨범이라는 것이 계속 남는 것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생의 목표잖아요.
[규호] 앨범 내고 멤버들이 노가다 뛰러 다닐 뻔 했어요(웃음).


[민트페이퍼] EP는 1집과 느낌이 많이 달라요. 1집에 비해 정돈이 됐고, 세련된 사운드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우] 많이 바뀌었죠. 1집은 이미지들이 굉장히 다양했다면, EP는 이미지들이 질서 있게 정리된 음반이죠. 물이 올라서 제대로 된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음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길] EP는 2집으로 가는 복선인데, 2집도 일관성이 있는 앨범이 될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붉은 밭'이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됐는데, 의식하지 않고 들었다면 두 곡이 같은 노래인 줄 몰랐을 것 같아요. 종종 어쿠스틱 공연도 하는데, 이런 어쿠스틱 버전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정길] 가사를 생각 안 하고 들으면 같은 노래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죠.
[현우] 열악한 환경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어쿠스틱으로 해보자 하다가 그게 잘 됐어요. 항상 우리는 대충하려고 하는데, 대충 안 하게 돼요. 몰입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되죠. 하나둘 어쿠스틱 곡들이 생겨났고, 반응도 좋고, 원곡에서 크게 변하니까 재미가 있더라고요. '붉은 밭'은 노래가 웅장하고 강렬하잖아요. 어쿠스틱 버전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트페이퍼] 국카스텐 음악이 편안하게 듣기 좋은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굉장히 강렬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는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현우] 노래를 잘 불러서 그래요. 놀랍게 잘 부르니까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 거죠. 제 목소리도 국카스텐의 기타 톤도 안정된 것이 아니라, 귀에 확 들어오는 톤이잖아요. 그래서 인상에 깊게 남는 것 같아요. 물론 음악도 좋지만.
특히 라이브에서는 음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인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조용한 곳에서 혼자 집중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사람들을 사로 잡을 수 있는 강렬한 요소가 국카스텐 음악에 많이 포함돼 있어요.


[민트페이퍼] 비슷한 맥락일 것 같은데, 음악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나 뮤직비디오나 이런 것들 역시 어두운 편이잖아요. 연령층이 낮은 분들도 국카스텐을 굉장히 많이 좋아해서 처음에 좀 놀랐어요.

[현우] 어두운 것에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요? 그런데 어둡고 밝고를 떠나서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로 대중을 끌어당길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훌륭한 뮤지션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면에서 국카스텐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 같고요.  

[민트페이퍼] 올해도 공연이 많았어요. 거의 대부분의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고요. EP 작업기에서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정말 부지런한 것 같아요.

[정길] 정말 우리는 부지런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웃음), 음악을 하는 마인드에 있어서는 굉장히 올바른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라이브를 좋아해요. 밴드는 라이브죠. 그게 멋있고,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니까요.

[민트페이퍼] 공연을 할 때마다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내는 것 같아요.

[정길]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주를 해요. 그래서 (인터뷰 당시의) 어제 '음악창고' 녹화였는데, 규호형 장비에 문제가 있어서 같은 곡을 두 번 했는데, 현우가 힘들었죠.
[현우] 죽는 줄 알았어요.


[민트페이퍼] 정말로 가끔 국카스텐 공연을 보면 '저렇게 노래를 해도 괜찮은 걸까? 저러다 쓰러지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현우] 저도 가끔씩 노래를 부르다가 '사람이 이래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 가끔 아플 때도 있고.

[민트페이퍼] 혹시 다른 취미라든가, 여가생활이 혹시 있나요? 집에서 책 읽고 이런 것을 제외하고.

[현우] 없어요.
[정길]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재미있는 걸까?' 그런데 남는 시간에 딱히 할 게 없어요. 연습하고 공연하고 작업하고 남는 시간에는 자고... 음악이 제일 재미있어요.
[규호] 밖에 나가면 돈만 쓰게 되고, 술 먹게 되고 그렇잖아요. 요즘에는 날씨도 추운데.


[민트페이퍼] 2010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올해 못 해서 내년에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현우] 2집 앨범을 내고 싶어요. 그리고 헬스장에 열심히 다니고 싶어요.
[정길] 저도 운동한 지 오래 돼서 수영 좀 하고 싶어요.
[규호] 나처럼 방에서 줄넘기 해.


[민트페이퍼] 민트페이퍼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

[현우] 우리도 샤방샤방하잖아요? (하현우를 제외한 일동 웃음) 국카스텐이 혹시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연주곡인 'Tagträume'을 먼저 들으세요. 그러면 눈앞에 꿈같은 이미지들이 그려질 거예요. 그리고 '붉은 밭' 어쿠스틱 버전, 그렇게 두 곡을 먼저 들으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영상 인터뷰







(민트페이퍼 / 글_진문희 사진_루비살롱 제공 영상_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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