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페이퍼 12월의 potm 스왈로우 - 변함없이 자신에 집중하는
민트페이퍼  |  2009-12-14 16:02:02  |  1,602

달콤하지도 상큼하지도 밝지도 않지만, 우리 역시 언제나 그런 감정들로만 살아가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포기해야하는 순간도, 잃어버려야하는 순간도,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 누구에게나 있는 걸 테니까요.
누군가는 스왈로우의 음악을 듣고 이런 순간들을 떠올리며 불편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또 어떤 누군가는 거기에서 위로를 얻고 있을 거에요. 여러분은 어느 쪽이신가요?



(지난 목요일, 허클베리핀 단독공연을 앞두고 있는 스왈로우를 만났습니다.)

[민트페이퍼] 최근에 스왈로우 앨범이 나왔는데, 공연은 허클베리핀 단독공연이네요.

[스왈로우] 연초에 계획을 세우니까, 이렇게 될 줄 몰랐죠.(웃음) 스왈로우 앨범이 5월쯤에는 발매될 줄 알았으니까요. 12일 공연이 끝나면 스왈로우 공연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에요. 앨범은 열심히 작업해서 10월에 발매했는데, 지금까지 딱 한 번 밖에 공연을 못했어요. 연말의 들뜬 분위기와 스왈로우 음악은 또 잘 안 맞으니까(웃음),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에요.

[민트페이퍼] 허클베리핀의 리더, 스왈로우, 샤레이블의 대표, 바 샤의 주인, 루네의 프로듀서... 여러 개의 직함만큼이나 바쁜 것 같아요. 계속해서 앨범 작업을 하려면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스왈로우] 하루 종일,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요. 4~5년은 된 것 같네요.
쉬는 시간, 필요하죠. 그래서 멍하게 있는 시간을 가능한 많이 만들려고 노력해요.
전에는 산책을 했는데, 요즘은 주로 드라이브. 혼자서 멍하게 있기 좋은 장소가 차 안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놓고.
그래서 그런지 1년 주행거리가 영업하는 사람들과 비슷해요. 2만 5천~3만 킬로 정도 되거든요.(웃음) 가는 곳도 거의 정해져 있어요. 자유로를 달리거나 바다 보고 싶으면 강화도로.


[민트페이퍼] 만약에 휴가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스왈로우] 2~3개월 정도 그런 시간이 있다면, 일주일 정도는 집에서 뒹굴뒹굴 하고 싶어요. 음식도 다 시켜 먹고, 옷도 일단은 다 벗어서 던져놓고 하는 식으로 청소도 안 하는 그런 일주일이요. (웃음)
예전에 시간이 있었을 때는 여행에 대한 갈증이 없었는데, 지금은 온 몸이 원하는 것 같아요. 입버릇처럼 '여행 가고 싶다'고 말하거든요. 좋아하는 책이랑 음반 가져가서 어슬렁거리며 생활하고 싶어요. 잠도 충분히 자고.
그런데 내년에도 앨범을 두 장(허클베리핀 라이브/5집 앨범) 내야하고, 루네 앨범도 준비해야 하니까...


[민트페이퍼] 허클베리핀 5집이 5월 발매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지 않지만 확신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왈로우] 항상 발매 공연을 잡아두고 작업을 해요. 저를 제재할 사람이 없어서 대신 날짜를 정해두는 거죠. 98년에 허클베리핀 1집이 나오고 지금까지 3년 간격을 유지해왔어요. 처음부터 이런 규칙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런데 이런 규칙이 스스로를 긴장하게 만들어주더라구요. '아, 이제 작업할 때가 됐구나' 하는.

[민트페이퍼] 그러고 보면 스왈로우도 규칙이 있어요. 3장 모두 쌀쌀한 계절에 발매 됐고, 앨범 제목도 영어고, 곡수도 9곡이라는 점에서.

[스왈로우] 스왈로우 1, 2집 모두 지원 사업을 통해서 만든 앨범인데요. 3월 달에 지원 받는 앨범이 발표가 나고 11월까지 앨범을 발매해야하는 거였어요. 발표가 났을 즈음 곡은 1~2곡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집에 잘 못 들어가고, 녹음실에 침낭 놓고 작업하다 잠들고 그랬어요. 그러다보니까 나름대로의 규칙이 필요했어요. 느슨해지지 않으면서, 또 스스로를 채찍질 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래서 스왈로우는 9곡으로, 라고 결정하게 된 거죠. 쌀쌀한 계절에 나온 건, 제 정서가 밝고 예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웃음)  



[민트페이퍼] 허클베리핀이라는 밴드가 있지만 그 안에서 모든 걸 표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스왈로우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것, 맞나요?

[스왈로우] 조금 다른 색깔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 거죠.
갈수록 음악에 대한 애정과 욕망이 점점 더 커지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요.
스왈로우로 다음에 작업하고 싶은 것이 이미 머릿속에 그려져 있어요. 멜로디는 최소한으로 하고, 악기는 더 최소화하고, 그렇지만 정확한 훅이 있는 짧은 노래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 앨범으로 작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음악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이겠지만, 앨범 작업이 끝날 때가 되면 조금 더, 조금 더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허클베리핀 4집 같은 경우는 마스터링을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5집에 대한 구상이 거의 끝나있었어요.


[민트페이퍼] 음악의 색깔은 다르지만, 허클베리핀과 스왈로우는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스왈로우] 둘 다 바탕에 깔린 정서는 이런 거죠. 쓸쓸하고,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안 될 수도 있다는 애상. 저의 경우에는 이런 것들이 뭔가를 하게 만들거든요. 저는 행복할 때는 곡을 못 써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웃음) 행복하면 곡에 그 행복도 나타나야하는데... 어쩌면 지금까지 아주 큰 행복을 못 만나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민트페이퍼] 하지만 샤레이블도 자리를 잡고 있고, 결혼도 하셨고. 예전보다는 행복하지 않으세요?

[스왈로우] 맞아요. 그 때문에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올해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스왈로우 3집이 나오고, 사람들이 전보다 밝아졌다고 얘기했을 때 기분이 묘했어요.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저한테는 이번 앨범이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어요. 앨범 타이틀을 [It]이라고 한 것도 건방져서가 아니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동시에 교차했던 올해에 만든 앨범이기 때문에 '이게 스왈로우'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 정한 거였어요.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이 가는 노래들은 '비늘', '나는 고요하다', 'It', '눈온다'.


[민트페이퍼] 처음에 공개됐던 트랙리스트가 지금하고는 완전히 다르던데요. 제목도 많이 바뀌었어요.

[스왈로우] 노래들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정하잖아요. 물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스킵하면서 들을 수도 있겠지만, 만들 때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오늘 기분, 내일 기분이 달라서 계속 바뀌었어요.(웃음)

[민트페이퍼] 최종적으로 결정된 트랙리스트는 만족스러우신가요?

[스왈로우] 앨범이 나오고 나면 잘 안 들어서요.(웃음)
스왈로우 2집과 3집은 그래도 제 앨범 중에서는 많이 들은 앨범이에요. 나머지는 정말 잘 안 들어요. 힘들거든요. 그 곡을 만들었을 때의 온갖 잔상들이 다 살아나요. 음뿐만이 아니라 그 때 만났던 사람들, 어디에 갔었는지, 기분이 어땠는지... 이 모든 게 입체적으로 그려지니까 편하지가 않아요.


[민트페이퍼] 스왈로우 1, 2집도 그랬지만, 이번 앨범 역시도 평가가 정말 좋아요.

[스왈로우] 스스로 '맞아요. 저 좀 괜찮아요'라고 말할 수는 없구요.(웃음) 저는 다만 좋은 게 뭔지 알고 싶고, 길게 가고 싶어요.

[민트페이퍼] 이미 오랫동안 음악을 계속 하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분인 것 같은데요. 인디 1세대라고 불리잖아요.(웃음)

[스왈로우] 8남매 중 장남인 사람이, '아, 나도 누나나 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으려고 하는 멋진 형들도 주위에 있어요. 윤철형(신윤철), 달파란, 고구마, 기완형(성기완)... 그런 분들한테는 "형, 너무 좋아. 근사해"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지금까지 계속 훌륭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게 멋진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지금 홍대씬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스왈로우] 부러워요.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제가 너무 오래된 사람인 것 같네요.(웃음)
다양한 감성을 갖고 있고, 또 욕망에 굉장히 충실하게 음악을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과거에는 훈련을 받거나(웃음),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정서였다면, 지금은 '이런 거 재밌는 것 같아. 하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시작이 되잖아요. 일종의 펑크라고 생각해요.
다만 너무 쿨하고, 상큼한 것만을 추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의 99%가 헐리우드 상업영화라고 한다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아야할까요? 그들을 위한 음악도 분명히 있으면 좋겠어요. 제프 버클리, 엘리엇 스미스의 감성을 원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는 거잖아요.


[민트페이퍼] 그런 의미에서 이기용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스왈로우] 밖에 대한 관심을 쏟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중심을 거기로 옮겨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스왈로우 앨범으로 상도 타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 다 좋은데, 그래서 저에게 있어 뭐가 변했을까요? 지금까지 허클베리핀, 스왈로우 통틀어서 만 장 이상 팔아본 앨범이 없어요. 앨범에 대한 평만 보면 대단해보이지만, 제 생활이 바뀐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앞에서 각광을 받아본 적도 없어요. 물론 그걸 원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이기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앨범을 몇 만장씩 팔게 된다면, 고민도 더 많아지고 음악을 하는 게 더 어려워지겠죠. 자기를 사랑해줬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거니까요. 그런데 저는 거기에서 좀 자유로워요.(웃음)


[민트페이퍼] 내년에는 일단 허클베리핀의 앨범이 나올 예정이고, 스왈로우의 다음 계획은 언제쯤이 될까요?

[스왈로우] 우선 허클베리핀 5집 그리고 6집이 먼저에요. 그 다음이 스왈로우 4집.
스왈로우 4집은 까칠하고 불친절한 음반이 될 거에요. 잎이 많이 없는 나무처럼. 그런 음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민트페이퍼]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스왈로우] 스왈로우 3집은 앞부분은 편하게 들으실 수 있고, 뒷부분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앨범이에요. 내년 1월에 민트페스타도 있고, 스왈로우 단독공연도 예정되어 있으니까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민트페이퍼 / 글_진문희 사진_샤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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