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 인터뷰 -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민트페이퍼  |  2009-04-15 17:52:08  |  3,879

예상하지 못했지만 ‘정말 이건 길어도 너무 길다’는 생각으로 30일 하고도 1일 더, 31일을 보냈던 3월의 시작. 단독공연 소식과 함께 흐른의 데뷔앨범 [흐른]이 나왔습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누군가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흐른 들어봤어요? 좋던데요”라는 이야기를, 많이 위험해 보여 가슴을 졸이며 보았던 ‘Mellville St.’(영국에서 만든 노래로, 흐른이 살던 거리 이름) 뮤직비디오를 통해 처음으로 흐른의 음악을 들었어요. 2006년에 나온 EP [몽유병]이 품절이라는 사실에 아쉬워하다가 클럽 빵에 몇 장이 남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한 장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던 흐른의 데뷔앨범의 첫 번째 곡 ‘Don't Feel Sorry’를 들으며 끄덕끄덕 하다가 2번 트랙 ‘누가 내 빵을 뜯었나’를 듣는 순간, (데뷔 앨범 이전의 흐른을 알고 계셨던 분이라면 모두 같은 반응을 보이셨겠지만) ‘아앗!’ 뿅뿅거리는 사운드에 깜짝 놀랐답니다. 담백한 포크록 사운드 위에 공감 가는 가사를 들려주는 여성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했던 흐른의 변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흐른다의 뜻으로 흐른이라는 두 글자 이름을 갖게 된 흐른은 대학원에서 여성 뮤지션에 대한 논문을 쓰게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고,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그녀는 “참여관찰을 해야겠다는 명분을 만들어서” 직접 클럽 빵에서 공연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듀오였어요. ‘나의 처절한 앙뜨와넷’이라고.(웃음) 2005년 초반에 혼자하면서 흐른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어요.”

혼자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다 2006년 튠테이블을 통해 EP [몽유병]을 내고, “계란 한판 되기 전에 갔다 오자!”는 생각에 흐른은 영국으로 떠납니다. 영어공부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서빙도 하고, 오픈 마이크를 통해 공연도 하고. “가서 혹시 공연 하게 되면 영어로 해야 하니까”라는 생각에 만든 ‘Don't Feel Sorry’ 등의 노래들을 했다도 해요. “많이 신기해하더라구요. 여자 뮤지션이 여기보다 더 없어요. 밴드에서 프론트 우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혼자서 하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더라구요.”

[흐른]이 발매되고,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 변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전부터 댄서블한 음악을 좋아했다고 해요. “EP 작업할 때는 그런 스타일을 해 볼 엄두가 안 났어요. 그 때는 갖고 있는 곡들을 정리한다는 느낌이었죠. ‘누가 내 빵을 뜯었나’는 아주 예전에 만든 노래거든요. EP 나오고 공연할 때도 했으니까요. 그 때부터 이 노래는 디스코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연 때도 가능한 앨범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예전에는 혼자 어쿠스틱 기타에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면, 요즘은 흐른이 어쿠스틱 기타와 건반을 번갈아가며 연주하고 드럼, 일렉 기타, 베이스 세션과 함께 해요.
(건반 세션을 구하고 있답니다! 클래식한 느낌의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면서 뿅뿅거리는 것도 좋아하시는 분은 연락 주세요!)

영국 생활이 흐른의 음악에 미친 영향은 아마도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아, 내가 이런 걸(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나 블랙키즈(Black Kids)처럼 댄서블한 락음악)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를 알게 된 것. 그리고 EP에는 한 글자도 없었던 영어 가사가 등장하게 된 “청자를 한국인으로만 한정짓지 않겠다”는 단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  



“EP가 슬픈 느낌이었다면 정규 앨범은 두려움이랄까, 막막한 느낌...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담겨있어요.” 이런 느낌을 제일 먼저 받은 곡은 ‘어학연수’였어요.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은 참 많은데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왜 정보 공유, 아니면 여행기처럼 사진 올리고 자랑하는 것밖에 없을까, 이렇게 힘든 데 왜 아무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걸까, 나만 힘든 걸까?“ 흐른이 이야기하는 힘들다는 두 가지에요. “말이 통하지 않고, 만날 사람이 없는 데서 오는 것도 있지만,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잘하고 싶은데 한국에서 내가 갖고 있었던 백그라운드는 조금도 인정이 되지 않는 그런 막막함이 있었어요. 이 사람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그저 이름 모를 작은 나라에서 온 별 볼일 없는 여자애일 뿐이고, 할 수 있는 일은 허드렛일 밖에 없구나하는 무력감...”

흐른이 가진 큰 매력 중의 하나는 담담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가사에요. 여성들이 크게 공감할 이야기들이 EP에 담겨 있었다면, 정규 앨범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비슷한 세대의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져요. [흐른]에 담긴 12곡 중, 어쩌면 달라지는 것도 없고 결론도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Global Citizen’을 들을 때는 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잠시 멈춰 반성을 했어요. “그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반성하라고 만든 건 아니고, 정말 제 이야기에요. 일을 하면서 국제 뉴스를 계속 보는데, 정말로 케냐 종족분쟁 기사가 들어오고 저는 케냐산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거죠. 나하고는 상관 없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세계화가 이루어진 이 사회에 살고 있는 한 모두 연결된 맥락이 있는 거잖아요.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지점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구절이라든가 감정이 고조돼서 폭발하는 모습 없이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흐르는, 어느 순간 입가에서 자연스럽게 맴도는 12곡이 담긴 [흐른]. “들어보세요. 열심히 만들었고, 버릴 정도의 음반은 아니니까.(웃음)”

4월부터 6월까지 마지막 주 목요일에 ‘흐른과 함께 하는 바람 부는 목요일’로 라이브클럽 쌤에서 조금씩 다른 컨셉의 흐른의 음악을 라이브로 만나실 수 있다고 해요. 마돈나(Madonna), 피제이하비(PJ Harvey), 파이스트(Feist), 걸스 어라우드(Girls Aloud) 등 흐른이 하고 싶어 하는 많은 커버곡들 중 하나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영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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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페이퍼 / 글_진문희 사진_튠테이블무브먼트 제공 영상_유영준 장소협찬_veloso)

 

앨범 너무 잘들었어요...인터뷰보니, 앞으로 나올 음악들이 더 기대되네요..^^
aquaberry
2009-04-17  


요즘 매일 듣고 있어요~~ 라이브 공연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너무 좋아요~~ >ㅁ<
새벽별
2009-05-04  


사모하고 있습니다. 미안해요 나 여잡니다. 그래도 사모합니다. 음악 쵝오여요! 꺄울!
준수마눌
2009-06-18  


예전에 들은 곡부터 반했습니다!
리차드갤러거
20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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